
1. 단어는 ‘발견’하는 것: 수집의 시작은 우연에서
단어를 수집한다는 건 단순히 사전을 뒤져보거나,
시집 한 권을 베껴 적는 일이 아닙니다.
진짜 단어 수집은 우연과 감정이 만나는 순간에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옆자리 사람이 무심코 내뱉은 말, 책 속 구절의 끝에 적힌 오래된 말,
카페 유리창에 반사된 풍경을 보며 떠오른 단어 하나.
이처럼 단어는 어느 순간 불쑥 찾아옵니다.
저는 그걸 ‘발견’이라고 부릅니다.
일상 속에서 단어 하나가 갑자기 의미를 띠고 다가올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단어 주머니를 열어두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보통은 휴대폰 메모장에 짧게 남기거나,
손바닥만 한 수첩에 ‘단어 → 이유 → 순간’ 형식으로 적습니다.
예:
단어: 서걱이다
이유: 마른 나뭇잎을 밟을 때, 마음이 약간 일렁였음
순간: 퇴근길 골목에서 낙엽을 지나며
이런 식으로 단어를 ‘기록용’이 아니라 ‘느낌 중심’으로 메모해두면,
이후 다시 봐도 감각이 되살아납니다.
2.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법: 단어가 살아남는 방식
발견한 단어는 그냥 적어두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도 하고,
그날의 감정과 분리되면 생기가 사라지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단어가 기록으로 살아남는 방식을 나만의 루틴으로 정해두었습니다.
📌 1) 테마별 단어 노트
단어들을 감정, 장소, 계절, 사람 등
주제별로 분류합니다.
- 감정: 무기력, 그리움, 나른함, 서늘함
- 계절: 여름비, 군고구마, 김빠진 탄산
- 공간: 복도, 바람막이, 무인도
이렇게 분류하면, 나중에 글을 쓸 때 단어를 꺼내오기 쉬워지고
각 단어에 대한 이해도 깊어집니다.
📌 2) 단어로 하루 요약하기
하루가 끝날 때 ‘오늘을 요약할 수 있는 단어 하나’를 정합니다.
예:
- 회의가 많은 날: 분절
- 산책을 한 날: 스미다
- 친구와 긴 대화를 한 날: 여운
이 습관은 단어가 감정을 담는 그릇이자, 하루의 요약이 되는 경험을 만들어줍니다.
📌 3) 단어 엽서 쓰기
한 달에 한 번, 내가 모은 단어 중 인상 깊은 하나를 골라
그 단어로 엽서를 씁니다.
“오늘은 ‘겹겹’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겹겹이 쌓인 불안과 기억 속에서
어느 틈에 온기가 자리를 잡는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쓰면 단어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짧은 이야기, 혹은 감정의 기록이 됩니다.
3. 단어는 ‘사는 데’ 쓰는 것: 일상에 단어를 스며들게 하기
기록된 단어를 그냥 모아두기만 한다면, 그건 수집품이 됩니다.
진짜 단어 수집은 그 단어들을 삶 속에 ‘사용’하는 것까지를 포함합니다.
☕ 말할 때
친구와 대화할 때
“그날은 그냥 기운이 빠진 게 아니라, ‘진이 빠졌다’는 느낌이었어”
라고 말해보세요.
단어 하나가 분위기를 바꾸고, 상대방의 공감도 훨씬 깊어집니다.
📝 글을 쓸 때
SNS에 짧은 글을 남길 때 그날 수집한 단어를 문장에 녹여보세요.
예:
“오늘은 하루가 전부 ‘느슨’했어요.
일도, 생각도, 표정도.”
이렇게 쓰면 같은 일상도 훨씬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 감정 정리할 때
감정이 복잡한 날,
기분을 명확히 표현하는 단어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울컥’인지, ‘뻐근’인지, ‘텅빈’인지,
정확한 단어를 찾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감정이 정리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단어는 삶을 통과하는 도구가 됩니다.
감정을 담고, 기억을 저장하고, 때로는 사람과 연결되는 매개체로 작용하죠.
🪞마무리하며 – 단어는 결국 나를 닮는다
단어 수집은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내가 어떤 단어에 끌리는지, 어떤 말에 머무는지,
그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살펴보면 그 안에 내 감정의 패턴과 사고의 흐름이 담겨 있어요.
단어를 수집하는 일은 곧 내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일입니다.
오늘도 문득 떠오른 단어 하나를 놓치지 마세요.
그 단어는 어쩌면,
당신의 오늘을 가장 잘 설명해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