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계절은 그 흐름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켜켜이 쌓이는 흔적, 봄의 벚꽃이 지고 열매로 이어지는 순환,
그리고 첫눈과 마지막 눈이 남기는 계절의 기념비 같은 순간들.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감각적으로 체험하며, 삶의 무게를 배워갑니다.
1. 나무의 나이테, 보이지 않는 연대기의 기록
숲을 걸을 때 마주하는 나무는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
시간을 품은 거대한 연대기입니다.
나무를 베었을 때 드러나는 동심원의 나이테는 그 나무가 살아온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폭이 넓은 고리는 풍족했던 해를, 좁고 고르지 못한 고리는 가뭄이나 추운 겨울을 상징합니다.
그 하나하나의 결은 나무가 버텨온 계절과 환경의 기록이며,
결국 시간의 흔적 그 자체입니다.
나무의 나이테를 바라보면,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삶도 이와 닮았습니다.
우리는 매년 나이를 더해 가지만, 그 안에는 웃음과 눈물,
기쁨과 고난이 층층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겉으로는 알 수 없어도 마음속의 나이테는
분명히 자리를 차지하며 우리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2. 꽃이 지고 열매로 맺히는 계절의 순환
봄이면 벚꽃이 피어 도시와 마을을 환하게 물들입니다.
사람들은 잠시 그 아름다움에 취해 꽃비가 내리는 길을 거닐지만,
그 순간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화려한 꽃잎은 금세 바람에 흩날려 사라지고, 그 자리에 초록빛 잎사귀가 돋아나며,
곧 열매를 맺기 위한 준비가 시작됩니다.
꽃이 지는 장면은 언뜻 ‘끝’을 의미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화려한 순간이 지나간 자리에 열매가 맺히고,
그것은 다시 새로운 생명을 이어가게 합니다.
마치 우리의 인생에서 한 시절의 끝은 또 다른 시절의 시작으로 이어지듯,
계절의 변화는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가을에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매가 달려 있는 풍경은
봄의 짧은 꽃비가 남긴 결과물입니다.
봄날의 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계절은 순환하며,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흩어지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는 진리를 배우게 됩니다.
3. 첫눈과 마지막 눈, 계절이 남기는 기념비
겨울은 계절 중에서도 특히 시간의 흐름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계절입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람들은 그 순간을 특별하게 기억합니다.
유리창에 스치는 가벼운 눈송이, 하얗게 뒤덮인 거리는 우리 마음속에
설렘과 새로운 시작의 상징으로 남습니다.
첫눈은 마치 “올해도 또 다른 장이 열렸다”는 계절의 서명과도 같습니다.
반대로 겨울의 끝자락에 내리는 마지막 눈은 아쉬움과 이별의 정서를 불러옵니다.
더 이상 두껍게 쌓이지 못하고 금세 녹아내리는 눈송이는
계절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립니다.
첫눈이 설렘의 기록이라면, 마지막 눈은 작별 인사의 흔적입니다.
우리는 이런 순간들을 통해 계절이 단순히 날씨의 변화를 넘어
‘시간을 시각화하는 장치’임을 깨닫습니다.
눈이 내리는 장면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함께했던 감정과 사람들, 나 자신까지 함께 기억하는 일이 됩니다.
맺음말
계절은 매년 반복되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순간은 결코 같지 않습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말해주듯 시간은 층층이 쌓이고,
꽃이 지고 열매 맺는 과정은 끝과 시작이 이어지는 순환을 보여줍니다.
또 첫눈과 마지막 눈은 계절의 특별한 기념비처럼 우리 마음에 깊이 각인됩니다.
시간의 흔적은 시계의 바늘보다 계절의 풍경 속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같은 계절을 맞이하면서도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습니다.
계절은 단순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흔적을 새기며 우리를 성장하게 만드는 살아 있는 시간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