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단어 하나로 하루를 정리한다는 것
우리는 하루 동안 수없이 많은 장면과 감정을 지나칩니다.
출근길 버스에서의 하늘색, 일터에서 느낀 피로, 누군가의 말에 움찔했던 순간,
카페에서 들려온 음악 한 소절까지.
그 수많은 장면들을
‘일기’라는 글로 풀어내자면 길어지고 어지럽고 지쳐버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단어 하나로 요약해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 하나를 고릅니다.
그 단어는 사전 속 고유명사가 아니어도 좋고,
때론 내가 새로 만든 조어이거나, 외국어거나, 아주 평범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어는
오늘 내 마음의 표정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 "오늘의 단어: 느슨함"
→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 날 - "오늘의 단어: 휘청"
→ 말 한마디에 마음이 순간적으로 기울어졌던 날 - "오늘의 단어: 초록빛"
→ 계절의 색감에 마음이 맑아졌던 산책길
이렇게 한 단어로 하루를 정리하면, 하루가 더 간결해지고
감정도 더 명확해집니다.
그리고 그 단어는 다시 나를 돌이켜보는 키워드가 됩니다.
2. 오늘 내가 고른 단어: “틈”
오늘 하루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틈’**이었습니다.
아침엔 창문과 커튼 사이의 틈으로
햇살이 들어왔고,
출근길 버스 좌석과 창 사이의 틈으로
내 시선이 빠져나갔으며, 오후에는 업무와 업무 사이의 작은 시간 틈에
커피 한 잔을 마셨고, 저녁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말 틈에 침묵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어쩐지
무언가 ‘가득 찬 날’이 아니라 여백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그 여백은 불안함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숨 쉬게 해주는 공간처럼 느껴졌죠.
그래서 나는
오늘의 단어로 ‘틈’을 선택했습니다.
‘틈’이란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붙어 있는 두 물체 사이에 생긴 공간"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여지를 주는 마음", "삶의 완충지대",
혹은 "관계에서 숨 쉴 수 있는 간격"을 뜻하기도 합니다.
오늘 나에게
그 ‘틈’은 모든 것을 무리하게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였고,
어딘가에 머물러도 괜찮다는 느슨함이었습니다.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잠시 멈춰도 된다.”
“비워둔 그 틈 안에 나를 쉬게 해도 좋다.”
그 단어가
오늘의 감정을 껴안아주었습니다.
3. 당신의 오늘은 어떤 단어였나요?
사람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누군가는 기록으로, 누군가는 음악으로,
또 어떤 이는 침묵 속에서 조용히 정리합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의 하루를 단어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면
어떤 단어를 고르시겠어요?
조금 도와드릴게요.
오늘 하루, 당신은…
- 어떤 감정이 가장 오래 머물렀나요?
-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 당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땠나요?
- 무엇이 가장 귀에, 눈에, 마음에 남았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면
그에 어울리는 단어가 슬그머니 떠오를 겁니다.
“오늘의 단어: ______”
그 단어는 당신을 대변해주고,
당신의 하루를 정리해주며,
때론 당신도 몰랐던 내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나아가,
하루에 하나씩 단어를 쌓아가면
그건 곧 당신의 ‘감정 연대기’가 됩니다.
그 단어들은 당신이 겪어온 마음의 지도이고,
당신이 지나온 길을 가장 정확히 설명해주는 기록이죠.
🌙 마무리하며 – 단어 하나로 마음을 다독이는 법
오늘 나는 ‘틈’이라는 단어로 내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그 말 속에는 여백, 휴식, 느슨함, 쉼표, 기다림 같은 의미들이 함께 묻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단어를 고르는 게 아니라, 단어에게 골라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루가 끝날 때
그날의 감정을 껴안아줄 만한 단어 하나가
나에게 다가와 속삭이는 거죠.
“오늘은 이 단어로 너를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단어 하나로
자신을 정리하고, 마음을 돌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이 작은 습관이
내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니 오늘 밤,
당신도 단어 하나를 골라보세요.
그리고 그 단어가 말해주는 오늘의 당신을
조용히 바라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