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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때 묻은 물건 속 기억의 흔적 새것은 언제나 반짝이고 매끄럽습니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위에 남는 자국은 단순한 낡음이 아니라 ‘삶의 흔적’입니다.손때 묻은 물건을 마주할 때, 우리는 그것을 사용했던 사람과 그 시대,그 기억까지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책, 시계, 편지, 카메라 같은 물건들이 단순히 사물이 아니라이야기를 담은 기록물로 다가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 오래된 책 속에 남은 손길의 흔적책은 단순히 글자를 담은 종이가 아닙니다.오랫동안 읽히며 사람의 손길을 받은 책은 세월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매개체가 됩니다.오래된 책장을 펼쳐 보면 종이가 노랗게 바래 있고,페이지마다 접힌 모서리와 밑줄, 여백에 적힌 메모가 눈에 띕니다.그것은 모두 이전 독자의 흔적이며, 그가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기록입.. 2025. 9. 2.
돌담과 벽에 남은 시간의 흔적 오래된 골목길을 걷다 보면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돌담과 벽이 있습니다.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표면에 새겨진 자국 하나하나가마치 시간을 기록하는 연대기처럼 느껴집니다.페인트가 벗겨진 자국, 이끼가 낀 틈, 아이들이 남긴 낙서까지.그것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세월을 살아낸 증거이며 삶이 남긴 발자취입니다. 1. 골목길 돌담에 새겨진 삶의 조각들 돌담은 단순히 공간을 구획하기 위한 구조물이 아니라,사람들의 생활과 기억을 담아낸 그릇입니다.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돌 하나하나가 제자리를 지키며 오랜 세월을 버텨온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그 위에 드리운 담쟁이덩굴은 마치 시간을 직조하는 실처럼계절마다 다른 색을 덧입히며 돌담을 채워줍니다. 특히 시골 마을의 돌담은 주민들의 손길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 2025. 9. 1.
나만의 단어 수집법: 말이 기록으로 남기까지 – 어떻게 단어를 기록하고, 어떻게 삶에 녹여내는지 1. 단어는 ‘발견’하는 것: 수집의 시작은 우연에서 단어를 수집한다는 건 단순히 사전을 뒤져보거나,시집 한 권을 베껴 적는 일이 아닙니다.진짜 단어 수집은 우연과 감정이 만나는 순간에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지하철에서 옆자리 사람이 무심코 내뱉은 말, 책 속 구절의 끝에 적힌 오래된 말,카페 유리창에 반사된 풍경을 보며 떠오른 단어 하나.이처럼 단어는 어느 순간 불쑥 찾아옵니다.저는 그걸 ‘발견’이라고 부릅니다.일상 속에서 단어 하나가 갑자기 의미를 띠고 다가올 때,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항상 단어 주머니를 열어두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보통은 휴대폰 메모장에 짧게 남기거나,손바닥만 한 수첩에 ‘단어 → 이유 → 순간’ 형식으로 적습니다. 예:단어: 서걱이다이유: 마른 나뭇잎을 밟을 때, 마음이 약.. 2025. 8. 3.
단어의 계절: 여름에만 떠오르는 단어들– 계절마다 떠오르는 말들, 단어가 가진 계절감 1. 여름은 말보다 먼저 온다: 감각이 부르는 단어들여름은 때로 단어보다 먼저 도착하는 계절입니다.달력 속 날짜보다 먼저 피부에 닿는 끈적함,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선풍기 바람의 진동처럼 미세하게 다가오는 변화들이자연스럽게 특정한 단어를 떠오르게 하죠. ‘끈적임’, ‘햇빛’, ‘소금기’, ‘땀방울’, ‘축축한 나무그늘’이런 말들은 여름이 아니면 거의 떠오르지 않습니다.겨울의 언어가 날카롭고 조용하다면,여름의 단어는 살짝 들러붙고, 소리가 있고, 몸에 닿는 느낌이 있어요.감각과 단어가 거의 동시에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길가의 아카시아 향기를 맡는 순간 ‘후끈하다’는 단어가 떠오르거나,밤늦은 산책길에서 매미 소리를 들을 때 ‘지열’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처럼요. 단어는 종종 계절을 기억하는 도구입니다... 2025. 8. 3.
책 속에서 만난 단어와 나만의 해석– 작가가 남긴 한 문장에서 새로운 뜻을 발견하는 순간 1. 한 단어에 멈추는 눈, 마음이 붙잡히는 순간책을 읽다 보면 속도가 붙는 구간이 있고,반대로 한 문장에서 발걸음이 멈추는 순간도 있습니다.줄거리를 따라가던 눈이 갑자기 ‘어떤 단어 하나’에 꽂히는 때,그 단어는 때로 파도처럼 다가와마음을 뒤흔들거나, 속삭이듯 조용히 뭔가를 깨닫게 하죠. 책 속 단어의 힘은지금의 나와 맞닿을 때 더욱 강렬해집니다.같은 문장도,어떤 날엔 지나치고 어떤 날엔 깊이 새겨지는 이유는내 마음의 상태가 그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밤의 여행자들』이라는 책에서"희미하게, 그러나 끝까지"라는 문장을 만났을 때,그날따라 ‘희미하게’라는 말이 눈에 걸렸습니다. 그건 불안정함의 표현이기도 했지만,어떤 존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잔광의 의미처럼 느껴졌어요.희미하다는 것.. 2025. 8. 2.
오늘 내가 가장 좋아한 단어 하나 – 단어 하나로 하루를 요약해보기. 그 단어를 고른 이유는? 1. 단어 하나로 하루를 정리한다는 것우리는 하루 동안 수없이 많은 장면과 감정을 지나칩니다.출근길 버스에서의 하늘색, 일터에서 느낀 피로, 누군가의 말에 움찔했던 순간,카페에서 들려온 음악 한 소절까지. 그 수많은 장면들을‘일기’라는 글로 풀어내자면 길어지고 어지럽고 지쳐버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나는,하루를 단어 하나로 요약해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오늘 하루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 하나를 고릅니다.그 단어는 사전 속 고유명사가 아니어도 좋고,때론 내가 새로 만든 조어이거나, 외국어거나, 아주 평범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어는오늘 내 마음의 표정을 보여줍니다.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오늘의 단어: 느슨함"→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 날"오늘의 단.. 2025. 8. 2.